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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로직 퍼즐을 푸는 이유

이 글의 목차

    불확실한 세계에서, 확실성만 존재하는 작은 세상으로

    로직 퍼즐을 좋아하는 이유

    사람들은 생각이 복잡할수록 단순함을 찾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렇다. 나에게는 여러 특이한 취향들이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가 로직 퍼즐이다. 주말이면 꼭 카페에 가는데,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로직 퍼즐 책을 펼친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맑아진다. 그래서 문득 생각해 보았다. 왜 나는 로직 퍼즐을 좋아할까. 그 이유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왔던 내용들을 글로 써봤다.

    카쿠로: 1~9의 숫자들의 합의 경우의 수들로 공간을 채우는 퍼즐

    로직 퍼즐을 취미처럼 삼은 것은 도파민 원천이 부족했던 군생활 때부터였다. 독서는 지루한 시간을 더 지루하게 만들기에 도무지 책은 손에 잡히지 않았고, 고등학생 시절 풀었던 수학 문제집도 가져와 풀어봤지만(...) 가볍게 풀리지 않아 손이 잘 가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인트라넷에 올라오는 로직 퍼즐을 풀어보면서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군생활을 마친 뒤 갔던 도쿄 여행에서 들른 서점에서 로직 퍼즐 책을 구매하면서 나의 취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서점에서는 퍼즐 책이 스도쿠, 네모로직, 가로세로 낱말퍼즐 정도만 볼 수 있어서, 일본 여행에 갈 때 로직 퍼즐 책들을 사 오는 게 루틴 중 하나가 되었다.

    로직 퍼즐의 정수

    내가 생각하는 로직퍼즐의 정수는 "많은 경우의 수를 두지 않고, 한 가지 중요한 실마리를 잡아당겼을 때 퍼즐의 많은 부분이 해결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난도가 높은 문제를 풀수록, 그리고 다양한 문제를 풀수록 퍼즐의 핵심 로직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사고를 요구한다. 좋은 퍼즐은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풀린다. 논리가 스스로 다음 논리를 부르고 하나의 확실성이 또 다른 확실성을 낳는 연쇄. 나는 그 연쇄가 로직 퍼즐의 핵심이자, 재미의 근간이라 생각한다.

    하시오카케로: 각 섬이 가진 숫자만큼의 연결을 만드는 퍼즐

    사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스도쿠와 네모로직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퍼즐의 종류는 아니라 생각한다. 스도쿠는 난이도가 어려워지는 순간, 경우의 수를 분리해서 모두 시도해 봐야 하는 "브루트 포스"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은 내 기준에 아름답지 않다(단호). 네모로직은 이름과 다르게 로직이 들어가는 부분은 적고, 로직 또한 크게 상호 의존적이지 않다. 그림의 완성을 위해 기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완성된 도트 그림이 아름다울 수 있어도,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 또한 내 기준에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확실성의 세계의 미학

    로직 퍼즐을 풀면서 느끼는 것은 머릿속이 복잡하기보다 오히려 맑아진다는 것이다. 현실 문제들은 대부분 회색 빛이다. 회사에서의 업무와 의사결정도, 인간관계도, 미래도, 감정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애매한 선택지들로 가득하다. 확률은 존재하지만 확신은 없다.

    슬리더링크: 숫자 단서를 따라 하나의 폐곡선을 만드는 퍼즐

    하지만 로직 퍼즐 안에서는 다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반드시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 3은 반드시 3이어야 하고, 0은 절대로 가능성이 없다. 빈칸 속 들어가야 하는 하나의 숫자를 넘어 퍼즐 전체의 정답은 단 하나다. 이 로직 퍼즐 세계에서는 타협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점이 좋다.

    한 줄을 긋는 순간, 한 칸을 채우는 순간, 퍼즐의 다른 부분이 연쇄적으로 풀려 나간다. 작은 확실성이 다른 확실성을 부른다. 반면, 현실에서는 확신이 확신을 낳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의심을 낳는 것 같다. 배리 슈워츠 교수가 "세상엔 최고의 선택이란 없고, 선택을 최고로 만드는 태도만 있을 뿐이다"라 말한 것처럼, 우리는 0과 1이 명확한 문제는 이미 풀려있거나 관심이 없고, 그 사이의 물음표에서 머리를 싸매면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0과 1의 세계를 좋아한다는 것이 논리만으로 점철된 냉혈한의 인간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도리어 반대다. 나는 우유부단하고 생각과 표현이 항상 0과 1 사이의 회색 사이에서 맴도는 사람이다. 그 모호함이 주는 피로를 나는 로직 퍼즐을 통해 해소하고, 잠시 도피하는 것 같다.

    마무리

    그래서 내가 이렇게 몇 년간 로직 퍼즐을 풀면서 세상을 더 구조적으로 보거나, 논리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경우의 수를 잘게 쪼개어 문제를 풀어내는 작업은 제법 자신이 있는 것 같다. 데이터 정합성 검증과 같은 복잡하면서도 분할정복의 접근으로 경우를 쪼개어 풀어내는 작업이 있을 때, 마치 로직 퍼즐을 푸는 기분이 든다. 조건을 하나씩 확인하고, 모순을 제거하고, 남는 선택지를 좁혀가는 과정.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는 깊이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때 느끼는 감각은 퍼즐을 풀 때와 닮아 있다. 처음에는 막막해 보이던 문제도, 작은 단서 하나를 붙잡으면 조금씩 형태가 드러난다.

    테트라스퀘어: 숫자가 적힌 칸을 기준으로 숫자만큼의 넓이를 가진 직사각형으로 전체를 분할하는 퍼즐

    작은 확실성들이 모여 하나의 퍼즐을 완성하듯, 세상의 어려운 문제들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한 번에 해결하려 하면 막막하지만, 그 안의 작은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전체가 보일 때가 있는 것처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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